김포떡케이크 다시 돌아온 그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배우였다. <사채꾼 우시지마 극장판 파트2>(2014)의 살짝 맛이 간 스토커, 드라마 <아오이 호노오>(2014)의 다소 오버스런 코미디 캐릭터 등을 통해 조용하고 아련한 소년 이미지는 지워졌다. 야기라 유야는 다양한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 넓은 배우’로 재탄생했다. 특히 <아오이 호노오>를 통해 본인의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을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고, 이후에는 영화·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칸국제영화제 수많은 영화 중 기억나는 건 그 소년의 얼굴뿐.”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 말 한마디로도 충분했다. 2004년, 14세의 나이에 <아무도 모른다>로 데뷔한 야기라 유야는 단 한 편으로 칸국제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학교 중간고사 때문에 시상식에 오르지 못한 채 일본에 머무르던 그 소년은, 자신이 자고 있던 사이 전 세계 영화사의 기록을 새로 썼다.그러나 ‘천재’라는 타이틀은 어린 야기라 유야에게 축복이라기보다 커다란 짐이었다. 처음 본 오디션에서 주연으로 발탁된 <아무도 모른다>는 그에게 있어 연기 인생의 출발점이었지만, 동시에 ‘정점’이기도 했다. 시작과 동시에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정상에 오른 이 아역은 이후 주변의 기대와 비교, 냉정한 시선 속에 긴 시간 방황했다.지금의 야기라 유야는 더 이상 ‘칸의 소년’이라는 타이틀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시절을 딛고 일어선 한 사람의 배우로서, 시련과 극복의 서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다음 생에 다시 연기자가 된다면, 꼭 어른이 되어 시작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천재 소년이 겪은 고통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깊은 그림자를 가진 그는, 이제 진짜 자신의 연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나우무비 에디터 썸머야기라 유야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야기라 유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실제로 야기라 유야는 당시 “현장에서는 ‘칸 수상한 천재 아역’이라고 불렸지만, 내가 기대만큼 연기하지 못하면 실망하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매 순간이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감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그는 200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자살 시도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본인은 이를 부인했다. 다만, 하루 8끼 이상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급격한 체중 증가, 작품 공백, 연기에 대한 회의감은 그를 한동안 연예계를 떠나게 만들었고, 세차장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도 했다.그의 부활을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바라본 이는 바로 그를 발굴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었다. 한 방송에서 고레에다는 “그렇게 어릴 때 큰 상을 받고 힘들어하는 유야를 보며 한동안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유야와 다시 작품을 한다면, 반드시 <아무도 모른다>를 뛰어넘는 걸 해야 한다. 아니면 유야도, 나도 부끄럽다”는 말에, 야기라 유야는 눈물을 흘렸다.그런 야기라 유야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바로 사랑이었다.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고등학교 선배였던 배우 토요타 에리에게 첫눈에 반해 사귀다가 17세 때 덜컥 프러포즈를 했고, 법적 혼인 가능 나이가 되자마자 결혼에 골인했다. 어린 나이에 이른 결혼 소식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야기라 유야는 오히려 “결혼이 나를 살렸다”고 고백했다. 가족이 생긴 이후 그는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고, 다시 연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야기라 유야와 토요타 에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포떡케이크